얼마 전, 대통령이 오시는 자리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날, 저처럼 초대(?)를 받은 여러 명의 사람들은 이런저런 잡담을 하며
꽤 오랫동안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2시간이나 흐른 뒤에 드디어 대통령이 오셨는데,
5분 정도의 말씀을 하시고는 곧 그 자리를 떠나셨습니다. 그것이 그 날의 스케쥴이었다네요.
조금은 황당하기도 하고 허망하기도 한 것이 당연~한 일로 여기기에는 좀… 그랬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5분 스피치에 담겨 있던 재치와 겸손함은
그 날, 그 자리에 모인 여러 사람들에게 충분한 공감과 만족을 주셨습니다.
“대통령이 이렇게 움직이면 혹여나 국민들이 문화산업에 좀더 관심을 갖지 않을까~하는
바람으로 왔습니다…. 오래 기다리신 여러 사장님들께는 무척 죄송하지만…
대통령과 장관을 한자리에서 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두들 한바탕 웃음)
하물며 대통령도 이런 애교(?)있는 재치로 민망함을 모면하려는 노력을 하는데……
얼마 전 만난 모 마트의 높으신 상무님의 행동은 두고두고 참으로 불쾌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높으신 분의 부르심에 꼭 시간을 지켜 달라는 담당자의 당부가 아니더라도
꽤나 신경을 써서 약속 시간보다 일찍 갔습니다.
담당자가 여러 번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동안 3시간이나 흘렀는데,
일도 일이거니와 계속 어찌할 바를 모르는 담당자의 자세때문에라도
쉽게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 설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3시간이나 늦게 나타난 그 상무님의 태도는 참으로 가관이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너무나 당당하던 그 모습이라니…
거침 없이 해대는 질문은 거의 취조에 가까웠습니다.
마음이 상하거나 화를 낼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아직도 우리나라가 부족하다면, 좀 우습다면
바로 이런 사람 때문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참으로 곤혹스러운 기억입니다.
그 후, 신문에서 그 회사가 계열사 중에 서비스가 가장 안 좋은 곳으로
낙인이 찍혔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입니다.
아직도 곳곳에 이렇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일어나는 경우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뉴스마다 등장하는 우리나라 정치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오늘은, 뉴스를 보며 흥분하는 동안에
아주 잠시라도 우리는 얼마나 “정도”를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자문해 보려고 합니다.
2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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