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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의 가능성

20여 년 전, 88올림픽의 상징이었던 호돌이를 우리는 캐릭터라고 부르지 않고 마스코트라고 했었다. 그러고 보면 캐릭터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 되기 시작한 것도 채 10년이 넘지 않은 것 같다. 1996년, 캐릭터라는 용어와 함께 캐릭터 사업이 막 태동하려는 시기를 돌아 보면 문구회사를 중심으로 미키마우스, 스누피 등 해외 캐릭터의 사용이 일반화 되기 시작했으며 우리의 캐릭터로서는 둘리, 바른손의 떠버기, 헬로디노 등이 캐릭터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 했다. 반면 미국의 대표 캐릭터 미키마우스가 75년을 훌쩍 넘긴 지 오래고, 일본의 대표 캐릭터 헬로키티 역시 30년을 넘긴 지 오래다. 이처럼 대표적인 캐릭터 강국의 긴 역사에 비해 한국의 캐릭터 산업의 역사는 짧기만 하다.

게다가 최근 국내 시장 규모(캐릭터 개발 및 라이선스)를 보면, 계속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반적인 국내 경기 불황으로 인한 캐릭터 제품 제조사의 침체, 그에 따른 라이선스 시장의 위축이 연쇄고리처럼 이어지고 있다.

짧은 캐릭터 산업의 역사, 국내 경기의 불황, 캐릭터 시장의 위축 등 여러 가지 악재 속에 국내 캐릭터 시장에 대한 가능성은 현재로선 어둡기만 하다. 그러나 이러한 악재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기라도 하는 듯, 축소된 국내 시장에 목마른 국내 캐릭터 개발, 라이선스 사업자들이 빠르게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국산 캐릭터의 해외 진출(60개국)은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제조업이 아닌 게임이나 모바일 디지털 시장에서는 캐릭터의 활용 또한 가속화 되고 있다. 따라서 경기 침체나 제조사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시장규모는 전년대비 17% 정도 성장을 기록하는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2004년 기준)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시작되고 있는 한류에 대한 기대감을 포함 한다면 캐릭터 산업에 있어서도 해외 진출에 대한 가능성은 더욱 청신호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마시마로를 시작으로 국내 캐릭터의 해외 도전은 성공의 신호탄을 내었으며, 그 뒤를 이은 뿌까의 경우 전세계78개국에 수출하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이는 텔레토비가 해외 25개국 수출실적을 올린 실적과 비교해 봐도 얼마나 대단한 숫자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마시마로의 해외 진출 성공과 그 뒤 1~2년 사이에 온 급속 부진, 또 뿌까도 2004년 전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반면 이후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자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수출효과에 대해 트랜드에 의지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2004년 뽀로로가 프랑스의 최대공중파 TF1에 수출되고, 그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해외 30여개국의 수출되는 안정적인 결과를 내면서 그러한 불안감은 어느 정도 사라졌다. 게다가 그 뒤를 잇는 선물 공룡 디보의 높은 퀄리티는 해외 시장 어디에 내놓아도 될 만큼 수준높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위력 뒤에는 제작진의 글로벌화도 한 몫 하고 있다. 실제 선물공룡 디보의 경우 다수의 해외 제작진이 참여하여 전체적인 작품의 수준을 해외 시장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수준으로 높이는 데에 일조를 했다. 캐릭터나 스토리 개발. 애니메이션 개발에 있어서 자국의 강점과 해외의 강점을 적절히 융합하여 더 좋은 경쟁무기를 만드는 현명한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우리의 것, 우리의 사람, 우리의 아이디어만 고집할 경우 한국적인 것은 나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반드시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우리가 모두 뭉쳐서 고심하고 만든 것이 해외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최근 부는 한류의 영향이 해외 시장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최근 한 유명 가수겸 작곡가가 하버드대에서 한류에 대해 특강한 내용이 화제가 되었다. 그는 한류에 대해 말하면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이색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최고의 퀄리티만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는 시대가 왔다. 우리의 뽀로로, 우리의 디보가 한국적이라서 성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세계적이라서 세계적으로 내놓아도 손색없는 높은 퀄리티를 내주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만 겨냥해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시대는 지난 거 같다. 뽀로로의 퀄리티, 선물공룡 디보의 완성도 등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캐릭터가 어느새 세계 시장의 중심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느낀다면 이는 분명 세계적인 퀄리티의 작품에 도달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최고의 퀄리티를 추구할 때 해외 시장의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